Sumjin River *

섬진강........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강 입니다. 상상의 나래에서 본것처럼,섬진강은 물안개가 자욱하고 편안하게 그려진 한폭의 수묵화 일까?  아님, 산세가 웅대한 지리산 긴 계곡들의 물이 넘처나는 힘찬 수채화 같을까?
그리고 많은 문학작품들의 소재와 배경을 제공한 섬진강의 '평사리' '화개장터' '하동' 그리고 이병주 소설의 '지리산'은 어떤곳일까?
특별히 어떤 문학적이해와 식견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박경리,이병주,김동리 같은 분들의 좋은 작품들도 몇권만....  아주 오래전 완독없이 대충 읽어서 기억이 희미 할 뿐입니다.
더구나 섬진강의 지리적,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막연이 가보고 싶었던 강 입니다.

지난 6월에, 드디어 오랜만에 기회를 잡아 섬진강 여행을 할수있었습니다. 그저 발길 닫는대로 걷기로 하고, 때론 정겨운 시골버스를 타면서, 배고프면 국밥집도 드나들고, 해가 저무는 곳에서는 밤을 보내고... 평생 처음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그것도 실로 40년 만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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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사


잠시 경건한 자세로, 마음속깊이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좀 쉬어가려고 합니다.목도 축여서 갈증도 풀고,훔뻑 젖은 땀도 식히고 싶군요. 샘물이 퍽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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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즐거움을 준 분들 

화엄사 입구, 철이 좀 일러서 인지 아주 조용합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식당에 들러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을 골라 봅니다.

잠시후, 아주머니의 손맛이 배어있음직한 비빔밥과 찌개를 마주합니다.
꽃게와 신선한 호박 버섯 등 을 푸짐하게 넣어서 끓이고 있는 찌개가 더욱 입맛을 돋구어줍니다.
처음으로 맛 보는 산채비빔밥이 정말로!! 정말로!! 맛 이 있습니다.
잔 술은 메뉴에 없다며, 동동주 한 종지를 웃으며 권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인간의 넉넉함 이랄까?  배려라 할까? 많은것을 느끼게 합니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가볍고 즐거울것 같습니다. 함께 간 이도 즐거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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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고단



지리산(智異山) 이란 이름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성삼재애서 마을버스를 내려 노고단을 힘들게 올라갑니다.
노고단 남쪽 저 아래 보이는 화엄사를 지나, 아득히 굽어흐르는 섬진강의 경관이 아름답습니다.
야생화가 만개하고 녹색으로 덮인 노고단도 보기좋습니다. 백여년전, 선교사들이 여름철 피서나, 역병을 피하기위해 지었었다는 집터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반갑습니다.

늦은 오후  성삼재에서 마을버스 출발시간을 기다립니다.
천왕봉에서 이틀을 걸어서 왔다는 진주의 중년 남자들, 화엄사 아래쪽 마을에 살면서 지리산을 자주 오른다는 두 모녀, 모든 분들이 호기심 많은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어줍니다.

섬진강을 여행하면 재첩국을 꼭 맛 봐야한다고 권하는 두 모녀, 재첩의 채취부터 요리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들려 줍니다.
모래가 많은 맑은 강, 소금기가 적은 민물에서 잘 자란다는 재첩은 공급이 제한적이라,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이 많아 섬진강 진국의 재첩국을 맛 보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해가 서산으로 질 무렵 두 모녀가 버스에서 내리며 좋은 여행하라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 화개장터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의 한 구절인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 가 생각나는 마을. !!

화개천을 가로질러, 화개장터로 놓인 다리를 두어번 서성거리며 걸어 다녀보지만, 명성에 걸 맞는분위기나 체취를 느낄수가 없습니다.
마을 에서도, 장터 에서도, 오랜 세월을 버티고 지탱해온 흔적 같은것 들을 찿아 볼수가 없습니다. 그냥 덩그러니 이정표만 세워놓고 명맥만 유지 하려는 화개장터는 아닌지요 ?......

화개는 생각보다는 아주 작을 마을 입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화개천을 따라 흘러온 맑은 물은, 호남과 영남을 가르는 섬진강에 흘러들어 강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북으로는 구례, 서로는 순천, 남으로는 하동으로 분산되는 교통의 요지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화개는 섬진강 양쪽으로 아름답게 뻗은 도로가 만나는 중간 지점 이기도 합니다.

이른 새벽 남도대교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물 안개 때문인지 멀리 산 들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다리 밑으로는 맑고 깨끗한 섬진강 물이 유유히 흐르고있습니다.
강물,공기,산...모든 자연들이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곳 이라 좋습니다.!!
언제나 아름답고 건강한 산하(山河) 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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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사리(최 참판댁)

친절한 버스기사의 전송을 받으며 악양가는 첫 차에서 내립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들판이 평사리(악양)뜰 이라는걸 금방 알수있습니다.

길 거너 지리산의 맨 끝자락을 향해 오르막을 올라서니, 잘 정비된 마을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가 평사리 상평마을 입니다.
그리고 야산 중턱쯤에 자리잡은 최 참판댁은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인지 고요 하기만 합니다.

안채로 통하는 저 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바로 별당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더 있고.그냥 오른쪽으로가면 안채의 앞뜰 입니다.

토지는 줄거리 뿐만 아니라, 당 시대를 산 등장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들이 떠 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김환과 정분이나서 지리산으로 도주한 별당아씨, 이들을 심정적으로 돕고 묵인한 윤씨부인, 초당에서 교살된 참판댁 당주 최치수, 별당에 기거하며 복수를 다짐하던 서희,섬세하고 따뜻한 맘으로 늘 서희 곁에 머문 길상이,최 참판댁 침모 봉순네 그리고 봉순이.....개성과 목적이 서로 다른 많은 이름들이, 저 대문을 얼마나 많이 넘나 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원에 작은 연못과 별당의 누각이 어울려 아름답게 보입니다. 한때는 안주인 이었던 별당아씨와 딸 서희가 머물었던 곳 입니다.



사랑채는 당주인 최치수가 머물던 곳으로 ,누각은 최 참판댁에서 최고의 명당 자리인것 같습니다. 누각 발 아래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악양 뜰과, 저멀리 산밑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이 어울려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 섬진강은 좀 멀리서, 좀 높은 곳에서, 멀리 멀리 보일때가 더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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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즐거움을 준 분들

최 참판댁 문을 나서며, 요기라도 할셈으로 마을 여기 저기를 두리번 거립니다. 돌 하나 풀 한포기 함부로 굴리지 않은, 청결하고 아름답게 잘 가꾼 작은 마을....

국수집 안에서는 단정한 평상복에 앞치마 를 두른 주인인 듯한 중년 남자가 혼자서 일하고있습니다. 객을 맞이하기에는 아직도 이른 시간인듯 난처한 표정으로 기다릴수 있겠느냐며 양해를 구합니다.

조그마한 실내가 깨끗하게 잘 정돈 되어 있습니다.구석 구석을 투명하게, 매일 손을 보는것 같습니다.
얼마후, 정갈한 쟁반에서 맛갈스럽고 깔끔하게 준비한 냉국수를 공손히 내려놓습니다. 혹여, 그릇이 식탁에 닿을때 소리라도 낼까봐 조심하는 세심함를 알수있습니다.

비록 소탈한 냉국수 한그릇 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유쾌하고  청결한 분위기를 함께 할수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계산을 하면서는 주문해 마신 커피값을 사양 합니다. 기다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아님 고마움.....
한사코 받기를 거절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생각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옵니다. 

잠시 스쳐가는 객들만 대부분인 이마을에서, 소탈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열심히 일 하는 국수집 주인을 만날수 있었던건 퍽 다행이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맑은 분위기를 만들수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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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사리(악양들판)

악양들판에 접어들기전 산모퉁이 정자에 올라 들판을 내려다 봅니다.

작가 박경리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평사리는 와보지도 않고 토지1부를 썼는데 눈앞에 펼쳐진 평사리의 풍경이 소설에 묘사해놓은 모습과 너무 똑같아 본인도 놀랐다고 합니다.








토지의 주무대였던 악양들판을 걸어가봅니다.
토지의 분위기 속에 서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가 봅니다.
토지의 분위기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요.....


겨우내 땅속에서 숨쉬고, 봄에 싻을 튀운 보리가 잘 자라, 이제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리 수확이 끝난 논에 물대기를 한 다음, 모내기를 할 모종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은 기후가 온화하여 이모작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평사리 악양들판의 부부송(松) 입니다. 
일명 용이와 월선이 소나무 라고도 부른답니다.새삼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뜨거웠던 사랑이 떠 오릅니다.

작은 돌맹이 하나에도 사연을 만드는 우리민족의 유머는 그리스 신화를 능가하고도 남겠죠 ?!!!

젊어서는 사이좋게,늙어서는 서로 의지하며 보살피는 부부송(松)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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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사리(섬진강)

악양들판을 뒤로 한채 길 건너 섬진강으로 달려갑니다.
강가에 이르니 이름모를 꽃들은 화사 하고, 무성한 풀들이 싱그러운 냄새로 닥아옵니다.
한편 탁 트인 시야로 넓고 깨끗한 백사장이 보이고, 그 한가운대로 물줄기가 굽이치며 섬진강 물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여기가 소설 토지의 개치나루터 입니다.

섬진강 주변은 모래톱이 잘 발달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강이 건강한것 같습니다. 신발을 벗고 모래위를 걸어봅니다.









맑은 물 하얀 모래가 좋고, 푸른산 하늘에 구름이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쭉 뻗은 뚝방길따라, 하동 까지 여유롭게 걸어 갈 요량으로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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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사장(白沙場) 에서

맨발로 섬진강 백사장을 거닐어 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래가 발바닥을 자극하던 촉감이 생각나서 입니다.

언제나 여름철 한 낮에는 모래가 달구어져서 발 바닥이 따갑고,늦은 오후 까지도 온기를 간직하고있어 따스하지요.오늘은 철이 좀 이르기도 하지만 하늘에 짙게 드리운 구름이 심술을 부리는군요....

사실 백사장(白沙場)하면, 제게는 한강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동네 개구장이 친구들과 함께, 모래위에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밟으며 씨름도 하고 공놀이 하다가, 그도 시들해지면 시원한 강물에 첨벙 뛰어들어 헤엄치며 물놀이 하던곳, 그런가하면 따가운 모래위에 벌렁누워서 먼 하늘 바라보며 모래찜질 하던일.......

처음엔 참기어렵지만, 이내 따끔따끔함이 등어리를 감싸며 따가워지면서, 화끈하게 피부를 자극 해주던 쾌감, 그리고 빠알갛게 잘익은 등이 껍질을 일으키며 쓰라려 며칠씩 고생하던일......

늦게 까지 물에서 놀다 나오면, 물이나 모래보다 먼저 식어 서늘해진 강 바람에 입술이 파래지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 아직도 따스한 모래로 온몸을 덮어 훈기를 불어 넣을라치면, 모든것이 평온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면서 꿈속을 헤매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한강은 흐르는 물 줄기만 제외하고는 강변이 모두 아름다운 백사장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은 백색의 넓고 큰 백사장 여기저기에 물쑥, 갈대, 물억새들이 자라고, 물가에는 작은 물때새들이 먹이를 찿아 미끄러지듯 발 놀림하며 빠르게 움직이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뚝방길 따라 내려오니 한 무리의 장승들이 눈을 부라리며 앞 길을 막고 있습니다. 앞쪽을 바라보며 지키는 장승들, 뒷쪽을 응시 하는 장승들, 모두가 섬진강을 감시 하고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평사리 공원 입니다.


섬진강을 지키는 장승들이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성난 장승과 착한 장승이 서로 친숙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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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河東)

하동은 초행 길이지만 웬지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 어머니의 본관이 하동이고, 제가 좋아하는 소설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님의 고향이라서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먼저 터미널 에서 남해로 가는 막차를 예매하고 읍내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 재래시장 에서

재래시장을 찿기로 한것은, 오랜세월 보통 서민들의 숨결과 삶의 체취가 물씬 배어있는 정취를 다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두르지않고 천천히 구경도 하며 흥정 할수있는 여유로움이 좋았고,
덤도 주면서 깍아 주기도 하는 인정이 있어서 좋았고,  주변이 낡고 허스름해도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고요......
그래도 제일 좋았던 기억은 가끔 친구들과 오래된 맛집을 찿아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던 시절입니다.

빈 점포가 많아 썰렁한 시장을 발 닫는대로 두어골목을 돌아서니, 옆골목 문앞에 김이 오르는 큰 가마솥을 걸어놓은 순대집이 눈 앞에 들어옵니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때우고, 잠시 피곤한 다리도 쉬어볼까 하고 들어갑니다.

안에는 낡은 식탁 몇개와 의자가 전부일뿐 아주 단출 합니다. 메뉴가 눈에 띄지않아 우선 순대 한 접시를 맛보기로 알아서 해 달라고 주인 아주머니께 청 했습니다.
'알아서 해 달라'  참으로 편한 주문 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끔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요 ....

순대,볼살에 귀.혀.간.염통.허파 적당히 섞은 순대접시와 하얀 양념소금접시.뽀얀 새우젓 접시가 따로 식탁에 놓입니다.
아직도 김이 나는 순대접시에서 한 젓갈씩 집어든 순대나 고기에서는
잡 냄새가 전혀 나지않습니다. 약간 꼬들꼬들 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촉감과, 단백한 맛이 입 안 가득히 진 하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순대집을 찿은것 같습니다. 함께 앉아 먹는이도 입맛이 즐거운것 같습니다.
입맛이 돌면 젓가락질도 바쁘기 마련이죠 !!   어느덧 3번째 순대접시를 대하며  우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고향집 찿아 두발을 쭈욱 뻗고 기대어 있는것처럼  마음 편하게  쉴수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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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南海)

남해로 가는 버스에서 잠시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남해는 섬을 지칭하는 말로 별 생각없이 사용해 왔는데 퍼득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해는 다도해이고, 다도해 중 한개의 섬이 남해이기도 한데, 그럼 달리 그 섬의 이름은 뭔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고 느껴보는 내 마음속의 남해는,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편지 형식의 기행문인 '남해에서' 라는 글이 아직도 가슴깊이
새겨져있습니다.

'동명아 지도를 펴고 남쪽하늘을 보면서 이 편지를 읽으면 너도 나와 함께 여행을 할수있을것이다.'  그리고 또  '어둠속 다도해의 이름 모를 작은섬 마을, 등불만 깜빡거리는 저 오막살이에도 .....' 라는 구절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다도해를 소개했던 글 들은 그후 지금까지 내 상상의 나래속에
오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가본적이 없는 길을 따라 그곳을 찿아갑니다.

   ⊙ 가천 (다랭이) 마을 에서



새볔 바닷바람이 양철지붕을 심하게 두드르는 소리,  마당 가득하게 피어나는 마늘 냄새, 그만 잠자리를 설치고 일어납니다.

급경사를 따라  비탈진 바닷가에 자리한 배 한 척없는 농촌 마을....
밑 바닥에서 산 중턱까지 백여층이 넘는 다랑이 논을 힘들게 만들고 가꾼 사람들의 삶과 근성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논 한배미가 손 바닥만하게 아주 작습니다. 단 한뼘의 땅이라도 넓히려고  석축을 수직으로 쌓아서 힘들게 만든것임을 알수가 있습니다.

마늘 농사를 끝낸 논 여기저기에 벌써 모내기를  한곳이 보입니다.
섬치고는 수량이 부족하지는 않은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높은 하늘과 푸른 바다, 저멀리 여수쪽으로 보이는 해안선과 부드럽게 연결된 산들, 그리고 작고 아기자기한 모양의 다랭이 논들이 함께 어울려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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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낙안읍성(樂安邑城)


성곽과 마을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낙안읍성(樂安邑城)을 돌아보면서 성(城)에 대해 무식했던 개념에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성(城)이란 그저 산에 축조하는 산성(山城)을 말하는..... 물론 한양,평양 처럼 도읍지나 큰 고을에 축조하는것은 알고있었지만...
낙안읍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고 마을을 보호하기위해 평지에 돌로 쌓은게 특징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않으나 지금도 성안에는 100여 세대가 생활하고 있는 전통 마을이 있습니다. 성의 크기나 규모만 보았을때 어떻게 왜구의 침입을 막을수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순천은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많은 명창들을 배출하였다고 합니다.
가야금 병창의 명창, 오태석 명인의 생가가 이곳 낙안읍성에 있습니다. 앞 마당에 간이 통나무 의자도 있는것으로 보아, 가끔 시연도 하는것 같습니다.
가야금 병창 계보도를 살펴보니 무형 문화재였던 박귀희 명창 그리고 지금 한창 활동중인 안숙선 명창도 같은 계보를 이루고있습니다.







늦은 오후, 광활한 갈대밭을 가로질러 도착한 야산 밑에서 한참을 더 오르니 순천만을 한 눈에 내려다 볼수있는 용산전망대가 나옵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과 그리고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갯벌과 갈대밭이 마치 잘 가꿔진 녹색의 정원을 보는것처럼 아릅답습니다!!

순천만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곳으로 더 유명합니다.
산업화시대에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은채 독립된 생태계를 이루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수있는게 퍽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순천만은 하구의 염습지와 갯벌, 갈대와  칠면초 그리고 흑두루미 등 휘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 순천을 떠나면서...
오랜만에 좋은 친구들의 이름이 떠 오릅니다. 永壽  美光  善任.. 순천이 美光 이의 고향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서인가  봅니다. 그들중 永壽 는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어 퍽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돌아가면 커피 한잔 같이하며 오래된 추억들을 함께 담아 봐야겠습니다.